관심사/DIY

조이스틱 만들기 DIY(1) 준비단계

콘파냐 2017. 12. 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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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 오락실에서 하루종일 죽치고 않아서 게임을 하던 세대였다. 50원짜리 동전으로 게임 한판을 할 수 있는 80년대 부터 게임을 시작했고 2000년이 되기 전 까지는 가끔씩 오락실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80년대에는 컴퓨터의 보급률은 저조했고 가정용 게임기를 가진 친구를 부루주아로 생각했기에 보통은 오락실에서 그 오락실 특유의 담배냄새를 맏아 가면서 게임을 했었다. 어쨌든 그 당시에는 오락실 게임이 가정용 게임기 게임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았기에 오락실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생각된다.

언제부턴가 패밀리, 슈퍼패미콤, 플레이스테이션 등과 같은 게임기의 보급과 2000년대 전후로 PC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오락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어린시절 100원짜리 동전을 오락실 게임기 모니터 아래 걸어두고 순서 대로 게임을 하던 문화는 없어진지 오래다.

우리 형은 대전게임 중 KOF, 킹오브파이터라는 게임을 정말 잘했었는데 100원가지고 20연승 이상 하면서 시간을 때우곤 했었다. 나는 옆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대전 게임을 하기가 힘들다. 물론 스팀에서 킹오브파이터를 구매하거나 마메와 같은 에뮬로 대전을 할 수 있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로는 하기 힘든 게임이다. 물론 훈련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어린 시절 느꼈던 조이스틱 특유의 손맛을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조이스틱을 사려고 맘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조이스틱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란 것이고 어떤 것을 사야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물건이 그러하듯 싼 것은 싼이유가 있고 비싼 것은 돈값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알아본 결과 조이스틱 역시 마찬가지로 최소 10만원 이상은 들여야 제대로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전게임 하나 하려고 10만원 이상 들여야 하는게 너무 오버하는 것 같기도 해서 직접 DIY로 만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기본적으로 현재 조이스틱의 종류는 크게 일본의 산와제품(산와레버)과 한국의 삼덕사 제품으로 나뉜다. 또한 일본의 산와레버와 호환되는 중국제 짝퉁(blee레버)가 있고 MD레버도 있다. 짝퉁레버는 가격이 5천원도 안되는 것 같은데 시중에 짝퉁레버를 사용한 제품도 꽤 있는 것 같다. 산와레버와 삼덕사레버는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가격이 대략 비슷하게 나와있다. 물론 짝퉁보다 훨씬 비싸다.

blee 와 산와 레버blee(왼쪽) 산와(오른쪽) 레버

또 환타레버라는 것도 있는데 예전 오락실용 철권에서 쓰인 레버다. 탄성이 강해 방향키의 중립 복원이 빠르므로 철권용으로 좋지만 각이 없어서 대각선 입력 삑사리 많이 난다는 평이다. 생각해보면 탄성이 강하고 각이 없으면 확실히 삑사리가 많이 날 듯 싶다.(삑사리..비속어..ㅠㅠ)

써봐야 어느정도 퀄리티일지 알겠지만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짝퉁레버는 거들떠 보지 않는 분위기다. 

버튼 역시 레버와 동일한 회사 제품들을 찾을 수 있는데 가격은 역시 산와제품이 제일 비싸다. 버튼 6개만 사도 ㄷㄷㄷ하다. 삼덕사 버튼도 산와 버튼보다 약간 싼 정도다.

따라서 직접 만들었을 때 조이스틱 케이스까지 만든다면 대략 1만원대에서 많게는 7만원 대까지 다양한 가격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기판

기판의 경우 역시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다. 

어떤 분은 싸구려 조이스틱을 중고로 사서 기판만 재활용하거나 아두이노나 라즈베리 파이를 이용해서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아두이노 같은 경우 모든 보드가 HID(human interface device)를 지원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HID를 지원하는 아두이노 레오나르도?(맞는지 모르겠다.)를 사용해야 한다. (HID를 지원해야 키보드나 마우스와 같은 입력이 가능하다.)

아두이노의 여러 모델 중 아두이노 우노 R3가 가장 보편적인 보급형 모델인데 이 모델의 경우는 HID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면 이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들이 나와 있으므로 찾아보길 바란다.(물론 이 방법을 사용하다가 아두이노가 벽돌이 된다는 사례도 있으므로 선택은 스스로 하자.) 혹시 아두이노 우노 R3의 호환형 보드를 샀다면 이런 방법도 소용없다.

더 간단한 방법은 집에 있는 안쓰는 싸구려 키보드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ps/2든, usb든 상관없다. 키보드를 분해해서 기판과 pc에 연결하는 단자만 사용하면 된다.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키보드 맵을 만들어 조이스틱의 방향키와 버튼을 키보드에 매핑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키보드맵을 만들어야 하는데 약간?의 수고가 따른다. 키보드맵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 포스팅으로 미룬다.

마지막으로 usb 인코더라는 제품이 있는데 알리(해외구매)를 통해서 살 수 있는 것 같다. 가격도 직구를 하면 싸지만 필자는 안쓰느 키보드를 재활용하기로 했다.

레버의 선택

오락실에 많이 가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오락실의 게임기도 게임에 따라서 레버의 종류가 다르다는 걸 알 것이다. 우선 레버의 움직임는 반경에 가이드가 무각인지, 4각인지, 8각인지에 따라서 무각, 4각, 8각 레버로 나뉜다. 여기에 레버의 모델에 따라서 탄성이 다르다. 산와제품은 모르겠는데 삼덕사 제품은 탄성에 따라서 다양한 모델이 있는 듯 싶었다.

blee 레버blee 레버(내부 스위치가 노란색)

개인적으로 철권과 같은 짧고 빠른 조작이 필요하다면 탄성이 높은 녀석이 필요할 듯 싶고 킹오브 파이터와 같이 레버의 움직임이 다양해야 한다면 탄성이 너무 높으면 손목이 급히 피로해 지므로 안될 듯 싶다. 또한 80~90년대 오락실 세대라면 강한 탄성보다는 적당한 탄성이 맞을 듯 싶고 2000년대 전후라면 강한 탄성의 레버가 손에 맞을 듯 싶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이로 인해서 같은 레버라도 호불호가 갈리므로 우선 써봐야 한다.

산와 레버산와 레버(내부 스위치 빨간색)

그리고 각의 선택인데 4각 레버는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레버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무각레버나 8각레버를 사용한다. 각이 있다면 정확한 방향을 알기가 쉽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 조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역시 개인적인 경험과 습관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4각레버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지만 습관 들이면 정말 괜찮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8~90년대 오락실의 무각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무각 가이드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이드 선택, 산와 vs blee 비교

필자는 여러가지 비교 끝에 산와 레버를 사기로 결정했는데 산와레버는 기본 4각 가이드지만 무각과 8각 가이드를 따로 판다. 그리 비싸지는 않으므로 무각 가이드를 보험용으로 사 놓고 비교해볼 생각이다. 8각의 경우 2000년대 전후로 오락실에서(철권, 버철파이터 용)으로 많이 봐았는데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다. 가이드의 선택은 개인적인 영역이므로 다 사보고 비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짝퉁 산와(blee)와 산와를 비교했을 때 마감 퀄리티가 산와가 확실히 좋다.

다음은 두 레버를 비교한 짧은 동영상이다. 


확실히 산와레버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지만 가격대비 blee 레버도 나쁘지 않았다. blee 레버는 산와레버보다 탄성이 좀 높고 고무줄 탄성같은 느낌이다. 그에 비해 산와레버는 기계식 키보드 느낌? 어쨌든 가격대비 blee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대략 준비는 끝났는데 이제 키보드맵을 만들어 노가다를 할 일이 남았다. 그리고 케이스의 제작은 아크릴로 할 예정이다. 조이스틱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면 다음 포스팅을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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